우단담배풀
이 아이와의 첫 만남은 고근산을 가는 길에서였다
바위틈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보는 순간 담뱃잎을 참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에 이름을 알고보니 우단담배풀이었다
그 후로 금능해수욕장 야영장과 창흥동 철새도래지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봤다
이런 기억은 참 오래도 기억을 한다
그곳에서 질경이 씨앗처럼 먼지에 가까운
씨앗을 받아 화단에 뿌리곤 잊고 살았는데
작년봄에 화단에서 발아가 되고 자라 꽃이 피었는데
잎이 너무 무성해 다른 화초들을 다 덮어버려
집 옆 공터로 옮겨 심었었는데
올해는 그 공터에서 자라 다시 꽃을 피웠다
환경이 좋아서인지 내 키를 넘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만큼 자랐다
2m가 넘을 듯하다
바닷가에서 만났던 아이와는 전혀 다른 아이처럼...
잎사귀에 꽃잎이 떨어져 쉬고 있다
키가 너무커서인지 지난밤 바람에 고개를 숙였다
너무 높아 이쁘게 담을 수가 없다 ㅠ ㅠ
이렇게 길을 걷다 만났던 아이들은 오래도록
잊혀지지자 않고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장소와 꽃이피는 시기가 정확하다
어제일도 기억이 나질 않는데...
사람마다 하나쯤은 잘하는게 있다던데 난 아마도
꽃과 나무에 대한 기억이지 않나싶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지만 비는 예상치보다
많이 적게 내렸다
반나잘 넘게 비 설겆이를 하고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귀요미 아이들을 화단으로
옮겨 심었다
이젠 계절마다 꽃들이 알아서 피고 지기를 한다
우리 야생화들은 알아서 번식을 하기
때문에 텃밭에 날아가 자라는 아이들만
제 자리로 데리고 오면 시기에 맞춰
고운 자태를 보여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