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행이 그리울때 -
한적하고
느낌 좋은 길을 걸을 때
곁에 그림자처럼 편한
동행이 있으면 싶을 때 있습니다
생각없이 그냥 걷다가
걷다가 서로 마주치는 웃음
가슴에 닻을 내리기도 하고
떨림의 무늬로 내려 줄 동행이
그리울 때 있습니다
산다는 건 어차피
알게 모르게 낯설고
깊은 쓸쓸함 몇 모금씩은
해갈되지 않는 목마름처럼 담고
가야하는 것이라지만
바람 부는 날
비틀거릴 때 한번쯤 허리를
부등켜 안아도 좋을
동행 하나 그리울 때 있습니다
산개벗나무열매
정금나무
산매자나무꽃
산딸나무
호자덩굴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불경(나는 나름 좋은 글)을 들으며 이 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면 그 시간은 아무런 욕심도
성냄도 없이 살수 있을 것 같다.
마음에 와 닿는 몇 귀절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의 삶을 반성하게 한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시
치열하게 살아가겠지만...
버스 배차 간격이 긴 시간에 간 탓에
일찍 내려와도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일부러 쉽터에서 머물며 좋은 글귀
몇 소절을 메모지에 적어왔다.
매번 집에와서 기억하려 하면 생각이
떠오르질 않아서 늘 아쉬움이 있던터라..
장마가 시작되서인지 습도가 많이 높았다
몇 걸음만 내 딛어도 땀이 등줄기에서
흘러내림을 느끼며 걸었던 석굴암 가는길...
간간이 안개가 벗을 해 주고
보이지 않는 새 소리가 친구해주는
바람결에 소나무의 솔향이 길동무를
해 주는 언제나 어느 계절이나
좋은 그 길을 오늘 또 걸어봤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