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 윤인환
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아무런 옷을 입고 와도 좋고
먹을 것 없어도
작은 베낭 하나 메고 와도 좋고
햇살 비추는 날이면 더욱 좋고
바람 불어도
비가 와도 좋고
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잠 덜 깨고 술 덜깬 푸석한 얼굴이어도
등산화가 아닌
구겨진 운동화를 신었어도
기쁜 마음으로
산 밑에서 마주 할 사람이면
굳이 김밥이 아닌 맨밥을 먹을지언정
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름 모를 야생화에 넋이 나간 듯
한마디 말없이 산 길을 간다해도
스치는 바람에 묻어나는 서로의 향기를
눈짓으로
느낌으로 통할 수 있는 그런 사람 하나
유명한 산이 아니어도
아름다운 산이 아니어도
언제나
가을 하늘처럼 계곡수처럼
맑고 고운 심성을 가졌을 그런 사람 하나
산을 닮은 사람 하나
올 가을엔
꼭 산에서 만나고 싶다.
저 꼭대기....지금 오를 오름의 정점이다
초입에서 으름을 만나 한 입 입에 머금어 본다...맛이 너무나 달달하다...
정상적인 코스를 찾지 못해 잠시 헤메어보기도 한다...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젠 나이 탓이라 해야 할 모양이다
찾았다....그리 고생은 하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정성을 드리는 곳으로 신성한 곳이라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는 경고판도 있다
정상이다....
모든 세상이 내 발밑에 있다....이 맛이다..땀을 흘리며 올라와 느끼는 ....
멀리 미악산(솔오름)도 보인다....다음 목적지이기도 하다
여유롭게 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눈에는 좀 거슬린다...산에 오는 복장은 아니지 않은가 싶은 마음에...
바위 틈에서 바위손이 자라고 있다..흙 한 줌이 없을것 같은데...
곳곳에 무속신앙의 흔적들이 있다.
하산길은 비코스를 택했다
산행코스가 맹아림이 많다면 비코스 구간은 거목의 자연림과 바위들의 위용이 전혀
다른 오름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다른 얼굴이다.
노박덩굴....이 정도면 왠만한 나무 수준이 아닐까?
말벌집이다....올해는 사용하지 않았다....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건축 실력이....??
가을 냄새가 좋다
은빛 물결을 이루기 시작하는 억새도 좋고
귀여운 털모자를 쓰고 있는 떡갈나무의 도토리도
"툭"떨어지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밤송이도 탐스럽고
노랗게 익어가는 감나무의 감도...
발길마다 멜로디를 넣어주는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도
다 자라지 못해 날개짓도 울음 소리도 서툴지만 열심히 이가지 저가지로
옮겨다니며 맹 연습중인 어린 동박새의 몸짓도 .....
이 모든것을 다 느낀 나는 그래서 이 가을이 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