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라온! 2016. 6. 20. 21:22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최석우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살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를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이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마땅해 하고

그런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챦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거냐고

물어보면

열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차와 풍광좋은 별장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 받은 돈 갚기 바빠

내집 마련 멀 것같고

한숨 푹푹 쉬며 에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

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기에

부모 상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움에 의해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날이 있을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 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

.

.

그래도 나 밖에 없노라고

.

.

그래도 너 밖에 없노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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